해외여행의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 구이린(桂林 계림).. ..1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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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밍은 매일 고달팠다.
이른 아침 어둠 속에서 불을 지핀다.
매일 혼자 아침을 준비하지만 오늘은 매캐한 연기에도 노래가 나온다.
연기가 퍼지자 지붕 위에 새들이 놀라 퍼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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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이라 해가 평지보다 늦게 뜨지만 매일매일 구름이 걸리는 산비탈에
계단식 논을 만들고 물고랑을 만드느라 쯔밍의 건장한 몸에도 삭신이 쑤신다.
오늘은 30개의 다랭이 논을 만들이라...
그래야 여자에게 잘 보여 결혼을 할 수 있을 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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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산 아래 강물이 뱀처럼 흐르고 다랭이 논엔 구름이 앉아있다.
산 아래 사람들은 구름타고 산신이 농사짓는 듯 보일 것이다.
산비탈에 박힌 돌을 캐고 흙은 메워 손바닥만 한 논을 만들고 물줄기를 끌어
물을 대고...
작은 논은 벗어놓은 옷에 가려 안보일 정도로 작았고 개구리가 폴짝 뛰면 논 3개를
건너 뛸 수 있는 폭이니...
그래도 내 논이고 이 논으로 장가를 갈 수 있으니 쯔밍은 즐거이 노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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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뜨는 해가 빨리 진다.
간단한 식사 후 긴 시간 몸치장을 하고 총각 몇 명을 모아 옆 산 너머 요족(瑤族)
마을로 갔다.
요족(瑤族) 마을 앞에서 악기를 타고 노래를 부르니 마을 처녀들이 술과 먹거리를
들고 나온다.
그들은 한데 어울려 먹고 마시고 노래를 부른다.
쯔밍이 노래를 하니 그 노래를 받아 웨이 동메이 처녀가 답가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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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눈이 맞았고 가슴이 뛰었다.
밤하늘에 별빛이 흔들리고 맑은 달이 구름 속으로 숨을 때 웨이 동메이는 쯔밍에게
집을 알려주고 3층 방 뒤 창문을 열어놓는다.
웨이 동메이 부모는 2층에 거주하며 오늘밤에 딸이 좋은 남자를 만나기를 바란다.
부모는 현관문을 닫고 2층에 불을 일찍 끄고 자며 딸이 딸을 임신하기를 바란다.
비탈진 집터에 뒤편 3층은 오르기 쉽다.
쯔밍은 작은 돌을 3층 창문에 던져 신호를 보내고 조용히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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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나무통에 약초 탄 물을 받아 몸을 씻고 태어나 한 번도 자른 적 없는 요족의
전통인 긴 머리를 내린다.
긴 머리는 한쪽 목을 타고 내려와 젖가슴을 가리고 아랫배에 머문다.
웨이 쯔밍은 긴 머리로 덮인 여인의 몸을 한 가닥씩 걷어 어께 위로 올리고
그 녀의 몸에 빠진다.
여인의 신음이 새어나올 때 긴 머리는 일렁인다.
쯔밍은 새벽 창문을 통해 내려오며 웨이 동메이 웃는 얼굴을 본다.
웨이 동메이는 내 일 밤도 창문을 열어놓을까..?
...
...
2015년 7월 4일 계림(桂林- 구이린)에 계수나무는 빗속에 초록을 더했다.
물은 산을 감싸 안고 무위(無爲)에 도(道)를 지키듯 낮은 곳으로 유유히 흐르고
산은 하늘을 받들어 땅위에 우뚝우뚝 겸손히 줄지어 섰다.
다만...
맑은 달은 비구름 뒤로 숨었으니 계림에 와서 달을 못 보면 어찌 계림이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 “계림풍경이 천하에 제일”라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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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눈으로 보면 그림이요
달을 귀로 들으면 노래가 되나
구름 뒤로 숨은 달은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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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항상 가슴에 담고 있던 달을 꺼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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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을 꺼내면 처녀의 설렘
둥근달을 꺼내면 여왕의 도도함
그믐달을 꺼내면 과부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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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은 시시한가...
반달을 잊으면 보름달이 될 수 있을까...
보름달만 사랑하면 도도함이 지나칠 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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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계림에서 가슴 속 그믐달을 꺼냈다.
술 취해 보던 달
죽을 듯 속상하던 밤에 본 그믐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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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없는 계림에는 이백과 두보도 없으니
사라지는 내 것들을 조용히 꺼내보자
가슴을 그믐달로 밝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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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離江) 따라 뗏목 타고 한 시간에 어찌 계림을 느끼겠나?
최근 많은 비로 옥빛 강물은 탁하나 흐름은 여전히 유유했고 눈에 겹쳐 들어오는
독특한 산들...
산 하나하나에 정령이 앉아 계신다.
약 1억 5천만 년 전에 바다가 땅으로 솟아오르며 생긴 카르스트 지형이란다.
아이스콘을 거꾸로 세워 놓은 듯한 산들 사이로 강물은 조용히 돌고 돌아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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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무심히 흐르는 이강(離江)을 본다.
한 낮처럼 짧은 인생에 왜 그리 욕망과 집념은 천년을 넘나드는지... 2015/7/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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