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시 즐거웠던 일들을 사진과 함께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더 리얼하게 담으려다 집채만 한 파도에 묻히고 말았다.
바다로 쓸려 내려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지난해 12월 14일 만조시간과 겹친 바다는 너울성파도로 심하게 요동쳤다.
진하해수욕장에서 일출과 파도를 담은 뒤 기장 '드림성당'으로 이동했다.
파도는 여전히 거칠게 해변을 흩고 있었다. 도로까지 올라와 드문드문 해안 길이 젖어 있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바닷가 작은 성당은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였다.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포말과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광곽 렌즈를 장착하고 바다 가까이에 내려서서 앵글을 낮췄다.
만족 할 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머릿속에 그린 순간을 잡은 것 같았다.
이미 바지가 젖고 방한 부츠에 물이 들어가 질퍽거렸다.
한번만 더! 더 리얼한 모습을 잡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한걸음 더 내려가 테트라포트 옆에 바싹 몸을 낮추고 파도를 기다렸다.
쏴아~ 파도소리가 전 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찬스를 놓칠세라 그 순간 연속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셔터가 두세 번 끊어지는 순간 집채만 한 파도 속에 놓이고 말았다.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품에 안고 뛰어 나왔으나 온 몸은 바닷물로 흠뻑 젖은 뒤였다.
카메라를 보니 온통 바닷물이 번들거렸다. 전원을 끄고, 배터리를 꺼냈다.
카메라가 우선이었다.
응급조치를 하고 보니 내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물통에 빠진 생쥐 꼴로 머리는 엿가락처럼 뭉쳐 있고, 눈도 몹시 따가웠다.
그러나 애지중지 동반자 같은 카메라 걱정에 내 몸을 챙길 여유도 없었다.
바닷물이 들어갔으니 대형 사고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카메라 수리점에 입원을 시키고 결과가 나올 때 까지 마음을 얼마나 졸였을까.
진단 결과는 참담했다. 카메라 장기가 바닷물에 대부분 노출되어 부식되었다고 했다.
살려 내려면 제몸 값(중고 값) 만큼 들여서 새장기로 이식해야 한단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녀석을 포기해야 했다. 결정을 내리고 나니 마음이 아프다.
3년여를 동고동락하며 함께 한 녀석인데, 한순간 과욕으로 잃게 되었으니 말이다.
Nikon D700 / 2305834, 녀석이 장열하게 전사하며 남긴 마지막 영상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녀석이 떠나면서 내게 일깨워 준 소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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