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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野／韓玄雨 10 678 0

Don't shoot me. I am a common photographer. instagram: rainyard

<html><head></head><body>55번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쪽으로 오다 보면 단양 휴게소가 있다.
그 휴게소 뒷편에 신라 적성산성 가는 길이 열려 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늘 시간이 맞지 않아서 아쉽게 돌아왔는데, 경주 삼릉과 영덕을 돌아 오면서, 
긴 운전 시간에 졸음도 오고 시간도 남아서 한번 둘러 보았다.
고대사나 그 금석에 관해 관심이 많아서 적성비에 대한 보고서를 읽은 탓도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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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alt="_D8E0528.jpg" src="/proxy/bbs/15923342/photo" width="850" height="567" editor_component="image_link" data-exif="NIKON CORPORATION/NIKON D800E | FN 8.0 | ISO 100 | Auto1 W/B | 26.0 mm | 850x567 | Quality(RAW) | Shutter Speed 1/125 | Multi-segment | 2012:04:22 15:04:16">
한때 병사들의 함성과 고통에 찬 비명, 그리고 번쩍이던 기치 창검은 이제 땅 밑에 누워 침묵을 지키고
그 자리엔 이름 모를 들꽃들과 풀들이 무성하다.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이 오로지 최선이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냥 한바탕 헛꿈이다.

폐성의 돌들은 이제 바람이나 겨우 가리고, 켜켜이 쌓여진 돌틈 사이로 잊혀진 이야기들이 드나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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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alt="_D8E0517.jpg" src="/proxy/bbs/15923351/photo" width="850" height="567" editor_component="image_link" data-exif="NIKON CORPORATION/NIKON D800E | FN 8.0 | ISO 800 | Auto1 W/B | 35.0 mm | 850x567 | Quality(RAW) | Shutter Speed 1/30 | Multi-segment | 2012:04:22 14: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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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름을 가졌던 사람들은 깨어진 돌조각에 자취를 남겼지만, 그들에 대한 기억은 누구에게도 없다.
정말 그때 그들이 있었을까.
가지런한 글씨들이 이제 막 새긴 것 같지만,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를 희미하게 알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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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alt="_D8E0523.jpg" src="/proxy/bbs/15923360/photo" width="850" height="567" editor_component="image_link" data-exif="NIKON CORPORATION/NIKON D800E | FN 8.0 | ISO 100 | Auto1 W/B | 35.0 mm | 850x567 | Quality(RAW) | Shutter Speed 1/30 | Multi-segment | 2012:04:22 15:01:27">
&nbsp;너와 나를 가르며, 서로를 겨누던 성벽은 이제 들풀들의 차지가 되었고
성벽 밖의 산벚꽃 한 그루가 성안을 염탐하고 있다.
풀들은, 나무들은 성을 두고 다투지 않는다.
다만 저 땅밑 깊은 곳에서는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죽어간 넋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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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alt="_D8E0527.jpg" src="/proxy/bbs/15923361/photo" width="850" height="567" editor_component="image_link" data-exif="NIKON CORPORATION/NIKON D800E | FN 8.0 | ISO 100 | Auto1 W/B | 26.0 mm | 850x567 | Quality(RAW) | Shutter Speed 1/125 | Multi-segment | 2012:04:22 15:03:38">
성 안의 높은 곳에는 아직 물이 오르지 않은 억새가 작년의 모습으로 흔들린다.
그때는 저곳에서 아래를 내려 살피는 겁먹은 눈망울들이 있었겠지.
인간은 둘 이상이 모이면 편을 가르고 싸움을 한다.
그래서 인간들이 많은 곳에는 어디나 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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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alt="_D8E0524.jpg" src="/proxy/bbs/15923362/photo" width="850" height="567" editor_component="image_link" data-exif="NIKON CORPORATION/NIKON D800E | FN 8.0 | ISO 100 | Auto1 W/B | 16.0 mm | 850x567 | Quality(RAW) | Shutter Speed 1/125 | Multi-segment | 2012:04:22 1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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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지키려고 하는 자에게나,
뺏으려고 하는 자의 목표가 된다.
그래서 성은 늘 불안한 미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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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적인 풍경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때를 잘 맞추면, 아래로 흐르는 영월강과 단양 시내 그리고 고속도로의 불빛등이
그런대로 아름다울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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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단풍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낙엽수나 활엽수가 많아서 단풍이 잘 들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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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D8E0528.jpg (346.27K)_D8E0517.jpg (285.65K)_D8E0523.jpg (348.88K)_D8E0527.jpg (306.62K)_D8E0524.jpg (268.25K)

10Comments

사우 2012.04.28(토) 오전 09:12:18

답변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이 오로지 최선이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냥 한바탕 헛꿈이다.가슴에 와닿는 말씀입니다.방해받지 않은 호젓한 발걸음이 느껴집니다.

사진한장 이야기 2012.04.29(일) 오전 07:31:29

답변

가끔 중앙고속도로 단양휴게소에 들어 가는데, 마음이 바빠서 언덕에 한번 올라가보는 여유가 없었습니다.덕분에 구경 잘 했습니다.

아름 （陶順貞） 2012.04.29(일) 오전 11:27:03

답변

아하~그런곳도 있어군요 단양 휴게소에 정보 감사합니다 ^ ^*

태권V（權宗垣） 2012.04.29(일) 오후 04:00:08

답변

와우~! 수고하신 작품, 열정이 넘치는 작품,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멋집니다.

김선달（김판호） 2012.04.29(일) 오후 07:51:53

답변

감동의 물결 입니다.

물풍경 2012.04.30(월) 오후 02:55:20

답변

사진과 함께하는 글이 마음을 움직이네요.열정이 넘치는 작품, 많이 배웁니다.

순수 (b) (황차곤) 2012.05.03(목) 오후 02:31:26

답변

가슴에 남는 무언가가 있습니다인간은 싸우기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릅니다``전쟁의 역사... 즐거이 보고 갑니다

진달래꽃 2012.05.05(토) 오후 05:00:15

답변

어쩌면 이렇게 기름기 좔좔흐르도록 윤기나는 글을 써 주셨을까요 감명깊게 잘 보았습니다

이대로． 2012.05.23(수) 오전 11:17:47

답변

단아한 모습의 성곽을 보니 정숙해지는 기분입니다.

산골주막/황상득 2014.01.08(수) 오전 00:02:10(218.147.xx.xx)

답변

시간이 많이 지난 멋진 발걸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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