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여행기 형식등의 글을 올리는 곳입니다.

# 마이산 탑사 폭포 ..
2020-08-13 13:09:30
jin 7 29,930


# 도토리묵 ..

.

앞집 아주머니가 도토리묵을 갖고 오셨다.

전에 살던 동네 뒷산에서 주운 도토리로 직접 만든 묵이란다.

받아든 묵 덩이는 비닐봉지에 담겨 탱탱하고 갈색빛이 반짝인다.

손에서 흔들리는 묵의 촉감이 오래전 기억을 깨운다.

.

1978년 시골에서 전공의 의무인 보건지소 생활을 했다.

온종일 환자 서너 명 보며 할 일 없이 하늘만 보던 중

가끔 오시던 할머니가 묵 가루를 진찰비 대신 놓고 가셨다.

그리고 한 말씀 하셨다.

천천히 잘 저을수록 묵 맛이 좋은께, 그리고 묵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면 보약이요 ... ”

낮은 산 아래 작은 집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석유풍로 얕은 불에 냄비를

올려놓고 도토리묵을 타지 않게 주걱으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저었다.

익어갈수록 갈색이 짙어지고 탱탱하며 빛이 났다.

노란 주전자의 시큼한 막걸리를 대접에 따라 꿀꺽꿀꺽 들이키고

탱탱한 묵 한 덩이를 입안에 넣고 혓바닥으로 쫓아가며 부수었다.

혓바닥이 제일 먼저 행복감을 즐겼다.

막걸리 서너 잔을 마시고 나면...

.

한낮이 곧 한밤이 되었다.

작은 툇마루는 곧 대궐 대청마루가 되었다.

보잘것없는 전공의는 곧 늙은 부처가 되어 세상을 잊었다.

.

그해 암울하게 느껴 졌던 보건지소에는 막걸리 냄새가 지워지지 않았고

도토리 묵 가루를 가져오던 할머니는 얼굴을 익힌 후 가끔 부엌까지

들어오셔서 묵을 만드는 나를 도왔고,... ...

물론 막걸리 한 잔을 함께 나누었다.

매일 보약을 먹었다.

매일 세월을 마셨다.

매일 행복을 느꼈다.

.

올해는 유난히 장마가 길다.

뉴스마다 홍수 피해와 산사태가 끊이질 않는다.

이맘때면 애절한 목소리로 한없이 울었던 매미도 빗속에 잠잠하고

잠시 울던 논두렁 개구리도 살던 곳을 옮겼는지 조용하다

정원에 백합은 빗방울에 향기가 씻기어 생기를 잃고 꽃잎을 떨구고,

소나무 아래 나리꽃은 다행히도 머리를 숙여 피었기에 나와 눈 맞춤을 한다.

구름은 겹겹이 쌓여 한낮인데도 그믐날 한밤중 같다.

우물 속 개구리처럼 하늘만 바라보며 살고 있는데 ...

정원에 백합처럼 흙 향기만 품으면서 살고 있는데 ...

요번 장마에...

온 세상이 어둠 속으로 파묻혀 내 모습도 사라진다.

그때 옆집 아주머니가 집에서 손수 만들었다며 도토리묵을 갖고 오셨다.

비닐봉지에 담긴 묵 색깔은 그때 그 갈색이고, 감촉도 그때 그 탱글탱글 이다.

순간, 40여 년 전으로 빠져들었다.

도토리 묵을 건네받고 멍히 하늘을 바라보던 내가 이상했던지 옆집 아주머니는

몇 마디 못하시고 가셨다.

.

40여 년 전 혼자 시골 보건지소의 암울했던 생활을... ...

도토리묵 쑤며, 막걸리로 행복을 찾았던 추억이 빗물되어 가슴으로 흘러내린다.

하늘은 구름이 덮이고 덮이어 별 없는 밤하늘 같고...

집 앞마당은 빗줄기에 가라앉는 강가 조각배 같고...

처마 밑에 작은 상 차려 묵 한 접시 썰어놓고,

빗물 따라 흐르는 마음을 막걸릿잔에 부어놓고,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막걸릿잔에 비칠 때까지

도토리묵에 막걸리를 사랑하리라.

.

    .

    

_MG_7472-001.JPG

 

_MG_7479-001.JPG

 

_MG_7492-001.JPG

 

_MG_7532-001.JPG

 

_MG_7854-001.JPG

 

_MG_7878-001.JPG

 

# 마이산에 폭우가 내려야만 폭포가 생기기에... ...

올여름  유난히 긴 장마에 태풍(장미)까지 온다기에 운 좋게 폭포를 담았습니다

"무서운 자연의  선물"을... ...

..   

 


7Comments
실암實菴/이무현 2020.08.13(목) 오후 06:19:12
언제 또 이런 풍경의 영상을 얻을 수 있을까요.이번 장마에 많은 국민이 어려움과 피해가 있었지만, 한편 멋지고 귀한 영상을 얻으셨습니다.부럽게 잘 감상합니다.
처리/손상철 2020.08.14(금) 오전 11:19:15
캬~! 형용할수 없는 감동입니다. 황홀경에 젖어 봅니다.
태권V(權宗垣) 2020.08.14(금) 오전 11:35:50
완전~ 환상적인 작품,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즐겁게 감상 합니다.
雨野/韓玄雨 2020.08.14(금) 오후 10:24:40
요즘 같은 장마철에 마이산이 대세이군요수고 했습니다
다람쥐 2020.08.15(토) 오후 10:55:15
열정이 넘치는 작품,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無爲齋 2020.08.16(일) 오전 09:06:05
글도 풍경도 아름답습니다.마이산 탑사의 여운이 기ㄹ게 남게습니다.
(안개꽃)이재옥 2020.10.27(화) 오후 01:44:11
환상적인 작품, 아름다움의 극치입니다.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코멘트를 삭제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비밀번호:
정회원 이상만 코멘트 쓰기가 가능합니다.
머리말(STEP1)
본문(STEP2)
꼬리말(STEP3)
총 게시물 152개 / 검색된 게시물: 152개

본 사이트에 게시된 모든 사진과 글은 저작권자와 상의없이 이용하거나 타사이트에 게재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사진의 정확한 감상을 위하여 아래의 16단계 그레이 패턴이 모두 구별되도록 모니터를 조정하여 사용하십이오.

color

DESIGN BY www.softgame.kr

쪽지를 전송하고 있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쪽지보내기
받는이(ID/닉네임)
내용
쪽지가 도착하였습니다.
쪽지 내용을 읽어오고 있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