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여행기 형식등의 글을 올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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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 도둑 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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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도둑이 들었나…?
가져갈 것 없으면 그냥 갈 일이지….
왜 내 허리는 밟고 가나...
이른 아침에 허리가 쑤셔 모로 누워 다리를 움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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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점점 다가오며 시간을 재촉하고
시간 압박에 견디지 못하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며
붙잡을 수 없는 흐름에 밀려 한 발 두 발 움직이다가
하루의 시간 흐름에 얹혀 떠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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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앉아 몸을 고정하고
옆에 서 있는 나무처럼 꼿꼿이 있어도
머리 위로 구름은 여전히 흐르고
눈을 감아도 어느덧 마음은
구름에 실려 시간 흐름에 떠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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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소록소록 비 내리더니…
밤새 뜬눈으로 지새웠는데도
빗소리 밟고 도둑이 들었나 보다
이른 아침에 휑한 눈에 흰머리가 한 움큼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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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구름 떼가 바삐 움직이고
간간이 내리는 빗줄기도 사선으로 떨어진다.
가슴속에 조용히 지내던 심장 소리가 머리를 흔든다.
아! 바람이 부는구나….
가을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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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따라 차를 몰았다.
아니지...
바람 따라 길을 떠났다
무심처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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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낡은 바지 찾아 입고 벙거지 푹 눌러쓰니
나도 내 얼굴이 낯설다.
어깨에 너저분한 낚시가방 둘러메니
모든 생각은 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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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으며 잠시 서서 호수를 내려다보면 ... ...
시간이 멎는다.
호숫물은 흐르지 않고
호수에 비친 산그늘은 움직이지 않는다.
주변의 나무도 호수를 닮아 소리 없고 움직임이 없다.
멀리 시간이 멈춘 호수 위로...
뛰노는 어린 내 모습이 보이고, 남아도는 힘에 어쩔 줄 모르는
젊은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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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시간 흐름이 멈추니 마음도 자유롭게 날개를 편다.
호수 곁으로 걸어 내려가
구름에 무심히 흘러간 옛 내 모습을 찾아내어
토닥여주며 함께 미소를 짓는다.
호수에 비친 늙은 모습은
어느덧 어린 시절로 변하여 맑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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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걸리면... ...
나와 힘겨루는 낚싯줄에서 핑핑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
둥근달 모양 휘어지는 초릿대가 가슴을 뛰게 하고... ...
낚시하러 갈 땐 말이 필요 없다.
낚시하러 갈 땐 붕어 얼굴만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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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중 동(靜 中 動)이랄까....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다.
먹을까 말까... ...
붕어는 고민하며 낚싯밥을 쉼 없이 맴돌 것이다.
나도 그렇다
세상 속에서 이런 미끼에 얼마나 고민하며 맴돌았나?
이미 세월의 바늘에 꿰었고... ...
유혹과 욕망의 바늘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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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좌대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갈대가 참 곱다.
문득 교복 입었던 시절에 만났던 여학생의 뺨이 떠오른다.
물 건넛마을에 산 그늘이 내리고 굴뚝에 흰 연기 오르니 슬슬 낚싯대를 걷는다.
종일 한자리에 앉아 몸은 고요한데 머릿속만 바빳다.
물속을 헤집고 흘러간 세월을 쫓아가느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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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았다 누웠다 가고 싶은데 시간은 무심히 갈 길을 간다.
강에 물 흐르듯 가고 하늘에 구름 흐르듯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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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던 붕어를 다 놓아주고 나니
나도 내 몸에 무수히 박힌 낚싯바늘에서 벗어나 살고 싶다.
늙어 가면서 낚싯바늘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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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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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이곳이 좋다.
둥근 고리 밀쳐 창문 열고 고요한 아침을 본다
멀리 물안개 피어올라 구름과 붙었다
물밑엔 고기들이 한창 바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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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에 삽사리 꼬리 흔들고
눈 아래 홀로 핀 코스모스 이슬에 떨고 있다
오늘은 들깨 털고 고추를 널어야지
내일은 감 몇 개 따 항아리에 넣고 한겨울 기다리고….
엊저녁 창 넘어온 달빛에 뒤척이던 아내가
아직도 낮은 코를 고네
따끈한 아랫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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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는 매일매일 변하는 삶이 좋아
구름이 되고 흐르는 물이 되길 바랐지만
늙어 허리가 굽어지니
떠도는 구름은 비가 되어 떨어질 뿐이고
흐르는 물은 흐르다 큰물에 빠지는 것을 알게 되니
이제야 마당에 서 있는 나무가 부럽고
어둠 속에서 달뜨면 조용히 웃음 짓는 달맞이꽃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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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떠오르는 빛나는 햇살도
시간의 흐름에 떠내려가고 빛도 서서히 잃어간다.
햇살도 늙음이 오는 줄 미리 안다면
아침부터 그리 밝게 빛을 내뿜지 않을 것이다.
오후가 되면
햇살도 시간 흐름에 지친 듯 나무 그림자를 늘리고
밤의 어두움에 자리를 물려주기에 서쪽 하늘에서 슬퍼하며
몸을 붉게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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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삶은...
시간의 흐름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의 삶이 되어야 하거늘 ... ...
아침엔 솟아오르는 햇살에 허둥거리고
저녁엔 내일의 햇살을 미리 걱정하며
물 흐르듯 시간을 보내며 살아왔다.
구름 떠 있듯 세월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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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인가.
본래 내 마음을 모르니 어찌 신과 삶을 말하겠나…….
내가 누군지 알 때 비로소 대자유를 얻어 자유로워지니,
”이뭣고“
선방의 스님 화두를 가슴에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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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이 아니고 호수가 되었으면……
떠도는 구름이 아니고 하늘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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