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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인 조르바 .. 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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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가 1946년에 출판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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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남쪽에 자리 잡아 온화한 기후의 크레타를 배경으로, 갈탄 광산을 운영하려는
주인공과 그가 고용한 일꾼 알렉시스 조르바가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토막토막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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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야생마같이 거칠면서도 신비한 인물 알렉시스 조르바인데, 그의 도움을 통해
책밖에 모르는 펜대잡이 삶에서 벗어나게 되는 젊은 그리스 지식인이 작품의 서술자로서 조르바라는
인물을 관찰하고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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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964년 그리스에서 같은 이름의 영화로 제작되었고 1968년에는 뮤지컬로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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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
초인간(超人)은...
그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하느님이 있거나 말거나 무한히 반복되는 단순한 놀이에서도 기쁨을
느끼며 삶을 즐기는 존재라고 보았다.
그리고 소설 속의 조르바는... ...
하루하루를 즉흥적으로 사고하며 행동한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고. 이러한 대목은 카잔자키스의 사상이 니체의
영향을 매우 짙게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소설의 막바지에서 갈탄 광산이 망하고 '나'가 상심해 있을 때 조르바는 '나'에게 음식과 술을 권하고 '나'는
그에게 춤을 가르쳐달라는 제안을 하고는 둘이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 클라이막스에서 '나'는 조르바의 자유 의지를 받아들이는 뉘앙스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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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자키스는 누구인가...
1883년, 크레타 섬에서 태어난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1883~1957)는
터키의 지배 아래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기독교인 박해 사건과 독립 전쟁을 겪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자유와 자기 해방을 얻기 위한 투쟁을 다짐했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묘비명은 이렇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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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그는 아버지인 미할리스와 함께 시내 한복판에서 터키에 저항하다가
공개 처형된 그리스인들의 시체를 목격한다.
그 이후로 그의 인생에서 최초의 투쟁은 그의 조국인 크레타를 터키의 지배로부터 독립시키는 투쟁이 되었다.
또한, 2번째 투쟁은 내부의 무지, 악의, 공포 같은 모든 형이상학적 추상으로부터의
해방을 쟁취하는 것이었으며... ,
끝으로 3번째 투쟁은 사람들이 섬기는 모든 우상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를 만끽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 3가지의 투쟁은 결국 자유와 해방으로 귀결된다.
육체적 해방, 감정적 해방 그리고 정신적 해방이 그것이다.
젊은 시절에 카잔자키스는 수도자들이 은둔하는 아토스 산(山)에 올라갔다가 거기서
고행하는 수도자들을 보고 믿음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경험도 했으며 발칸전쟁 당시
참전해서 마케도니아 지방에서 종군한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조르바의 인생 경험은 어느 정도 카잔자키스의 그것과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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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작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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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은 1930년대,...
그리스-터키 전쟁 (1919년 ~ 1922년)에 그리스 왕국과 오스만 제국 사이에 일어난
전쟁으로 그리스가 시작한 전쟁이지만 오스만 제국이 승리하고 그리스는 한동안 터키의
식민지배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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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거센 동트기 직전의 항구 도시 피레아스의 한 카페에서 시작한다.
그가 단테의 신곡에 막 몰두하려는 때 누군가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을 느낀다.
고개를 돌려보니 거의 60대의 남자가 유리문 너머로 그를 보고 있다.
남자는 다짜고짜 들어와서는 그에게 자신을 함께 데려가라고 요구한다.
자신은 생각지도 못할 수프를 만들 줄 아는 요리사이자, 꽤 괜찮은 광부이며, ‘산투르’에 일가견이 있다고
소개하는 그 남자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알렉시스 조르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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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화자인 ‘나’는 젊은 지식인으로,...
이 소설의 작중 나이 35세로 고향 크레타로 돌아와 갈탄 광산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피레아스 항구에서 배를 기다리다가 조르바와 만나게 된다.
조르바에게는 '젊은 두목'으로 불린다.
금욕적인 불교 신자에 이상주의적인 지식인이라 처음에는 조르바와 충돌할 때도
있었지만, 점점 조르바에게서 삶의 많은 것을 배우게 되며 나중에는 조르바가 추는
춤을 함께 출 정도로 그에게 큰 영향을 받는다.
책벌레로 살아왔던 그는 이번 일로 노동자, 농부 같은 단순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자기 삶의 양식을 바꾸기로 작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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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막노동꾼 조르바에게 호감을 느낀 '나'는 갈탄 광산이 있는 크레타섬에
함께 가서 인부들을 감독해 달라고 부탁한다.
"저녁이면 다리를 뻗고 앉아 먹고 마십시다. 그때 당신은 산투르를 켜도 좋고요."
그러자 조르바는 이렇게 답한다.
"일은 당신이 바라는대로 하지요. 하지만 산투르는 좀 다른 문제요. 만일 당신이 나한테
연주를 강요하면 그땐 끝장이요.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 말이오."
"인간이라니?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자유라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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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고 자유로운 조르바와 이성적이고 이론적인 ‘나’는 사사건건 의견 충돌을 빚는다.
하지만 과거나 미래보다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는 조르바의 모습은
잉크와 종이의 감옥에 갇힌 채 살아왔던 '나'에게 생생한 삶의 체험이라는 자극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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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은 후 가슴에 맴도는 내용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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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시장했던지 우리 이야기는 먹는 것을 맴돌았다.
“무슨 음식을 특히 좋아하십니까, 조르바?”
“아무거나 다 좋아하지요. 이건 좋고, 저건 나쁘다고 하는 건 큰 죄악이지요.”
“왜요? 골라서 먹을 수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안 되지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왜 안 됩니까?”
“굶주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지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내 마음은 일찍이 그런 품위와 연민의 높이에
이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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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어서서 갑판으로 올라갔다. 맑은 바닷바람을 좀 쐬고 싶어서였다.
이런 게 자유라고……
나는 생각했다.
정열을 품는 것, 황금 조각을 긁어모으는 것, 하나의 정열에서 풀려나와 다른 더
고상한 정열의 지배를 받는 것. 그러나 이것 또한 속박의 한 형태가 아닌가?
이상을 위하여, 종족을 위하여, 하느님을 위하여 자기를 희생한다?
우리의 지향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더 길어지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훨씬 넓은 경기장에서 찧고 까불다가 그 사슬의 한계에 이르지 않은 채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자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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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속박해온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도망쳐 자유인이 된 조르바.
이제 그를 사로잡는 것은 포도주와 음식, 현악기인 산투리, 그리고 “남자들에게 절대 끝나지 않을
주제”인 여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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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그제야 알아들었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母胎)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언어, 예술, 사랑, 순수성, 정열의 의미는 그 노동자가 지껄인 가장 단순한 인간의 말로 내게 분명히 전해져 왔다.
책과 이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설 속 화자와 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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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장 인부에서 광산의 폭파 기술자, 행상, 옹기장이, 게릴라, 산투리 연주자,
볶은 콩 장수, 대장장이, 밀수꾼” 등 온갖 직업으로 온갖 사람들과 만난 조르바의
경험이야말로 살아 있는 지식이자 진리라는 조언 역시 소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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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는... ...
조국, 혁명, 투쟁 같은 거대한 담론에 휩쓸리다 비로소 자신을 찾은 한 인물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온전히 기억하며 달라진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살아가는 조르바의 모습에서,
인간이 과거를 극복하는 방법은 외면과 부정이 아니라는 교훈을 소설은
전해준다.
비록 어두운 지난날을 지녔다고 해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본인을 성찰할 때
고귀한 자유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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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
조르바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아니 그냥 조르바의 인생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조르바가 들려주는 수많은 무용담에 따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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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 하나가 왜 없느냐고요? 질그릇을 만들자면 물레를 돌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왼손 검지가 자꾸 걸리적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도끼로 내리쳐 잘라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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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말인가요? 공식적으로는 한번 했지요.
비공식적으로는 천 번 아니 3천 번쯤 될 거요. 정확하게 몇 번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거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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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 쌓아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려. 그러면 알아요?
혹시 사람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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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 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은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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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 산다는 게 뭔지 알아요? 허리띠를 풀고 말썽을 만드는 게 바로 삶이지요.
산다는 게 곧 말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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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법이지요.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브레이크를 써요. 그러나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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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조르바... ...
조르바는 실제 인물이었다
소설 속 조르바는 작가가 만난 실존 인물로 카잔차키스는 그를 “살아 있는 가슴을 가진 사람,
위대한 야성의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고 회고한다.
작가는 그와 만남을 바탕으로 실제 발칸전쟁에 참전했다.
조르바는 예오르요스 조르바스(Γεώργιoς Ζορμπάς)라는 실존 인물이 모델이며,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고 계속해서 서로 편지를 주고 받았다.
카잔자키스는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석탄이 부족해지자 1917년 펠로포니소스에서
갈탄 광산을 잠시 운영했는데, 예오르요스 조르바스는 그가 이때 일꾼으로 고용한
사람이다.
훗날 작가는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스승을 꼽자면 바로 조르바스를 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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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이놈은 터키 놈, 저놈은 불가리아 놈, 또 이놈은 그리스 놈하고 구분했었죠.
대장, 난 조국을 위해서라면 대장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못된 짓을 저질렀다우.
멱을 따고, 약탈하고, 마을을 불태우고, 여자들을 강간하고, 온 가족을 몰살하고……
왜냐고요?
그건 그들이 불가리아 놈들이고 터키 놈들이었으니 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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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조국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던 조르바를 멈춰 세운 것은 본인의 행동이 가져온 결과를
마주한 순간이다.
조르바는 낮에는 성당 신부, 밤에는 그리스인 마을을 습격한 불가리아 남성을 살해한다.
얼마 뒤 장사꾼으로 변장하고 불가리아 마을을 다시 방문하는데, 어린아이 5명을
마주한다.
알고 보니 그 아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해친 남성의 자녀들이었다.
충격을 받은 조르바는 가진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건네준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 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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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서 벗어나고, 신부들로부터도 벗어나고, 돈으로부터도 벗어나고, 탈탈 먼지를 털었죠.
세월이 흐를수록 난 먼지를 털어냅니다. 그리고 가벼워집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난 자유로워지고,
사람이 돼 갑니다. …… 불가리아인인가 그리스인인가 하는 게 문젭니까?
이제 내게는 다 똑같아요. 이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만 묻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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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마지막 부분에 카잔차키스가 생전에 써놓은 묘비명을 떠올린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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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소설을 좀 일찍 젊은 나이에 읽었더라면 내 삶이 달라졌을까?
소설을 읽어가다 보니 화자”나“처럼 살아온 내가 조르바가 되고 싶다.
이제, 은퇴 후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이 산 넘어 구름처럼 피어오르는데 아직도
내 발을 붙잡고 내 마음을 옭매는 세상 노예 사슬의 무수한 끈이 빗줄기 되어
앞길에 젖어 든다.
오늘, 나도 하늘과 땅에 대고 그들처럼 외쳐본다.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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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산행 처리/손상철 7 8032 5 24.01.20
- 미조 빗바위 산행 처리/손상철 9 12065 8 23.12.05
- 겨울 초입의 산행 처리/손상철 2 12056 2 23.11.28
- 가을 아침 산행~! 처리/손상철 16+1 16369 1 23.10.16
- # 석양에 서서 . . jin 42171 1 22.03.09
- # 새해를 바라보며 .. jin 42217 1 21.12.31
- # 입동 . . jin 42076 1 21.11.09
- # 고창의 봄 .. 선운사, 모양성 jin 42448 1 21.04.01
- # 홍매화 , 야생화 ..(그리스인 조르바) jin 42406 21.03.19
- # 어둠속에 희망 .. jin 42184 21.03.03
- # 년말과 년초에.. jin 3+2 164 21.01.04
- # 미생의다리.. jin 1+1 42308 20.12.26
- # 마이산과 용담호 .. jin 2+1 41700 20.12.20
- # 가을 교회 .. jin 2+1 41618 20.12.03
- # 산책 .. jin 4+1 41425 20.11.30
- # 백령도 .. jin 4+4 41375 20.11.18
- #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가을 .. jin 5+3 41645 1 20.11.06
- # 가을 빛 .. jin 4 41324 1 20.10.23
- 이런 사진 찍을 수 있을까요? 雨野/韓玄雨 5+5 41160 20.10.04
- # 바닷가 일몰 .. jin 4 41868 1 20.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