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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와 미녀- 시베리아 바이칼 출사기
2012-03-15 17:12:29
雨野/韓玄雨 30 1,268
Don't shoot me. I am a common photographer. instagram: rainyard

딱 두 번 가 본 시베리아와 이르쿠츠크, 그리고 바이칼 호수.

그것도 겨울에.

 

내가 겨울을 언제부터 이렇게 좋아했던가. 두 달 사이에 두 번이나 같은 곳을 여행하다니.

모든 것이 얼어붙은 시베리아 한 복판을.

모든 유채색을 지우고 무채색의 그림판을 만든 시베리아로.

 

사나이 로망 가운데 하나가 자유 여행이다.

자유 여행이란 단어 속에는, 은밀한 19금 로맨스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담이나 성철 종정 같은 고매한 인격을 갖춘 신분이라면 다르겠지만, 사진기 둘러메고 놀이 삼아 떠나는 여행에선 알싸한 로맨스가 패키지로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기대하던 그런 짜릿한 맛은 보지 못했다. 보지 못했다함은 실 체험의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베리아, 특히 이르쿠츠크 주변은 풍경이 별로 볼만하지 않다. 특이한 패턴을 가진 암석이나 산, 주택들이 없다. 눈 쌓인 설원은 2차원적인 평면이다. 굴곡이 거의 없어서 입체감이 없다. 간혹 길옆에 보이는 구릉지대도 너무나 광대해서 아기자기한 맛이 없다. 마에다 신죠가 찍은 홋카이도의 눈 언덕 같은 풍경은 연출되지 않는다. 그러니 19금 여행미라도 곁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가 느낀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와 바이칼 호수는 사소하지만, 나름의 풍미가 있다.

열정은 사소한 것에 대한 오마쥬다.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에는 3, 3, 3, 3가 있다.

푸른 아름다움은, 푸른 하늘, 푸른 바이칼 호수, 슬라브 여인의 푸른 눈동자.

맑아서 아름다운 것은, 바이칼 호의 맑은 물, 시베리아의 맑은 공기, 맑은 보드카

하얀 것에 대한 감탄은, 흰 눈과 상고대, 자작나무, 슬라브 여인의 살결

여행의 풍미에 맛을 빼 놓을 수 없지. 바이칼 호의 오물 찜, 러시아 치즈, 보드카

 

물론 이것은 내가 정한 것이다. 비록 남들이 그렇지 않다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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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의 물빛은 맑고 푸르다.

맑은 것은 맑은 공기가 스며들어서 그런 것이고, 푸른 것은 하늘이 녹아 들어서 그런 빛이다.

물이 푸르러서 얼음도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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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르쿠츠크의 독특한 역사가 담겨 있는 사원이나 목조 주택은 평판이 좋은 편이지만, 역사성과 풍경적인 요소는 대칭적인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러한 건물들이 오래 보존된 것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도 한 품을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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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대와 눈을 뒤집어 쓴 자작나무 군락은 흰 색의 축제이다. 여기에 푸른 하늘이 배경이면 환상 특급이 된다.

자작나무는 시베리아 바이칼을 지키는 신목이다. 하얀 나무줄기는 시베리아 원주민이던 부랴트 족의 신목이기도 하다. 후일 이 지역에 들어온 슬라브의 후예들도 자작나무를 귀하에 여겼다.

슬라브 족 여인들의 피부색이 자작나무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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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의 오물은 전 세계에서 오로지 바이칼에서만 서식하는 민물 어류다. 민물에 살면서 바다의 생선이다. 청어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전량 수출품이어서, 배급 시절에는 현지인들도 먹기 어려웠다.

말리거나, 연기에 그을리거나, 소금에 절이거나, 혹은 그대로 찜을 하거나, 굽거나, 삶거나 어떤 요리를 해도 오물은 제 맛을 잃지 않는다. 그것이 보드카와 어울리면 환상의 짝이 된다.

시베리아에서 오물을 곁들여서 보드카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바이칼 호수를 가지 않은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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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는 러시아의 특산 술이 아니다. 북유럽, 한랭한 기후대에 속하는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빚어지는 술이다. 우리에겐 술이지만, 그들에겐 음료와 같다. 극한의 저온을 이기기 위해선 동물의 털만으론 부족하다.

육신을 뒤덮는 추위와 냉기는 불과 옷으로 막을 수 있지만, 시린 감정은 보드카로 달래야 했다. 종교를 아편처럼 미워해서 러시아의 모든 사원을 폐쇄한 볼세비키 정권도, 보드카의 위력은 막지 못했다. 러시아 인들에게 보드카를 뺏는다는 것은, 극단의 위험을 초래한다. 그래서 한때는 소련의 공산 정권도 보드카를 배급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는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보드카가 새로운 상표로 생산 되어서 러시안 인들도 몇 종류의 보드카가 있는 지 알 수 없다. 다만 보드카를 마시면 된다. 상표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보드카 제조법이 균일하다는 것일까.

40도의 알콜 함량은 인간이 마시기에 딱 알맞은 농도라고 한다. 그리고 무색, 무미, 무취의 보드카는 모든 음식과 어울리고 모든 칵테일의 바탕이 된다.

이르쿠츠크의 보드카는 맑은 바이칼 호수의 물로 빚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한층 더 맑아 보이고 한층 더 맛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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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브 족 여인의 푸른 눈동자는 초록빛이 깃든 높은 채도를 가진 아름다운 푸른색이다. 특히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눈동자 색은 정말 예술이다.

래 바라보면 빨려들 것 같기도 하고, 보석같이도 보여서 쏙 빼내고 싶은 기분이 든다.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로 한국의 연예인 급 미모를 갖춘 여인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길거리에 넘친다.

그런 우월한 외모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그들이 신통하게 보였다.

어찌 그녀들과의 19금 로맨스를 꿈꾸지 않으랴.

하지만 이르쿠츠크의 여자들은 제까브리스트를 따라서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로 모든 영광과 호사를 버리고 스스로 유배지로 따라 나선, 정절과 고귀함으로 대표된다.

이르쿠츠크의 국모로 추앙받는 트루베츠코이 여사나, 발콘스카야 여사의 후예라서 인물도 미인이지만 기품도 있다.

그녀들의 정조는 얼음보다 투명하고 바이칼 호수 보다 깊다.

그래서 한번 맺으면 순종을 다한다.

그렇지만, 워낙 기가 센 여자들이라서 그런지 이혼울이 98%다.

너무 이상이 고결해서 남자들이 함량미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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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하게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 니키타 숙소의 뜨거운 반야, 앙가라 강처럼 쨍한 겨울에도 얼지 않는 보드카. 그리고 촉촉한 오물의 살결. 냉담하면서도 깊은 눈매를 지닌 슬라브 사람들.

마치 오래 전부터 내게 익숙한 듯한 표정들이다. 그래서 서슴없이 동참했을 것이다.

이르쿠츠크는 봄을 준비하는 2월이지만, 바이칼 호수는 겨울의 잠속에 깊이 빠져들어서 팽팽한 얼음으로 이불을 만들어 덮고 있었다.

지나치게 깊은 잠에 빠진 호수는 알혼 섬의 가장 자리에, 잠버릇에 눌린 홑청 같은 주름의 빙편을 만들어 놓았다.

이런 빙편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다.

늘어난 얼음의 부피가 섬의 바위에 부딪쳐서 힘겨루기를 하다가 그만 스스로 몸을 부수어서 타협한 것이다.

지구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호수라는 설명 만으로 바이칼 호에 찾아 갈 이유는 없다.

없는 듯 있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 것.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알지 못하면 느낄 수 없는 것.

그런 영험한 기운이 바이칼 호에 감돌기 때문이다.

샤만카, 불칸, 부르한, 징기스칸, 거서간, 마립간의 음가가 같다는 것만으로도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는 우리의 잠복한 유전자를 자극한다.

거기다 더해서........, 보드카와 미녀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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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Comments
담후™ 2012.03.15(목) 오후 05:29:07
캬~~정말 부럽운 출사여행기 보고 갑니다. 새로운 곳 새로운 정보 그리고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조요셉 2012.03.15(목) 오후 05:30:07
햐~! 소중한 작품들 감사히 봅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름다운 추억 오래 오래 간직하시길요...
아침여울/김희석 2012.03.15(목) 오후 05:54:29
사진도 멋지지만 여행기가 읽을수록 감칠맛 나네요..제가 여행하고 온듯한 느낌도 들어요...조금 더 많은 사진 보여주시길...
태권V(權宗垣) 2012.03.15(목) 오후 06:10:15
와우~ 눈을 뗄 수 없는 작품, 소중한 작품, 환상적인 작품, 찬사를 보냅니다.
사진한장 이야기 2012.03.15(목) 오후 06:28:21
따라 가자고 하실 때 따라 나설 것을 그랬습니다.^^멋진 여행기와 멋진 사진들 즐감하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참, 보드카 사오신 것 있으시면 나중에 출사지에서 1잔만 주세요.)
이과수/유진현 2012.03.15(목) 오후 06:30:54
햐~~~멋진 여행기 잘보고 갑니다..넘 수고많으셨습니다..^^*
하얀고무신/김종채 2012.03.15(목) 오후 06:41:42
수려한 글과 멋진 사진 감사 드립니다...^^*참으로~ 눈을 뗄 수 없는 작품, 형용할수 없는 감동 입니다.
★헌터★朴元鐘 2012.03.15(목) 오후 06:55:13(118.41.xx.xxx)
고생하신 작품, 눈을 뗄 수 없는 작품, 느낌이 좋은작품, 설레이는 작품, 정성어린 작품, 감동의 도가니입니다. 찬사를 보냅니다.
mezina 2012.03.15(목) 오후 07:00:00(183.101.xxx.xxx)
멋지여행기 글과 함께 잘 보고 갑니다..좋은작품 감사합니다..
새벽바람™/임헌용 2012.03.15(목) 오후 07:18:17
마치 내가 여행을 다녀온듯합니다.평생에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인데.....
송원/조웅제 2012.03.15(목) 오후 07:27:05
와우~ 환상적인 작품, 형용할수 없는 감동 입니다.
✮쌈지✮강성열 2012.03.15(목) 오후 08:35:00
아유보기만 해도 으시시 춥내요그리고 보드카가 러시아술이 아닌가요?잘 보고 갑니다
동주니/ 최동준 2012.03.15(목) 오후 09:32:37
저도 가보고 싶습니다여행기의 멋짐에 감탄합니다
흔적 2012.03.15(목) 오후 09:47:35
고생하신 작품, 눈을 뗄 수 없는 작품, 찬사를 보냅니다. 한참을 바라 봅니다.
들레/진복숙 2012.03.16(금) 오전 01:44:09
한 번 가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겠지요.꿈의 바이칼호수 잘 감상합니다.
김선달(김판호) 2012.03.16(금) 오전 09:28:37
오~! 고생하신 작품, 소중한 작품, 찬사를 보냅니다.여행기 잘 읽고 갑니다.
jin 2012.03.16(금) 오전 10:56:20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멋집니다.
애임ㅎrㅇi 2012.03.16(금) 오전 11:22:47
소중한 작품, 정성어린 작품, 고생하신 작품, 생각하게 하는 작품, 즐겁게 감상 합니다.
아름 ( 陶順貞 ) 2012.03.16(금) 오후 07:51:05
바이칼호수에 취해봅니다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비비정/ 김용진 2012.03.17(토) 오전 08:50:42
정말 가보고 싶은곳인데..잘보고 갑니다
물풍경 2012.03.18(일) 오후 11:19:58
바이칼 호수와 자작나무가 있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습니다.혹한의 출사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여백(餘白) 2012.03.23(금) 오후 04:19:36
이야!덕분에 좋은구경 합니다.
사우 2012.03.24(토) 오후 06:26:28
진정한 여행의 맛을 느낍니다.멋지군요..
  • member photo
    곡산 2012.04.05(목) 오후 03:53:24
    즐거운 여행길이군요..모든게 신비롭습니다. ㅎ
청노(허경식) 2012.04.11(수) 오후 05:40:24
바이칼호수의 여행은 정말로 멋잇습니다...
우찌/정우성 2012.05.13(일) 오전 11:02:18
캬~! 수고하신 작품, 형용할수 없는 감동입니다.
황폴레옹 2012.05.18(금) 오후 02:56:38
크아~! 추워용..황홀경에 젖어 봅니다.
조은생각 2012.05.21(월) 오후 07:56:53
경이롭습니다.
도미니/김경렬 2012.05.24(목) 오후 03:15:15
상상도 못 할 작품,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 감동의 물결 입니다. 정신없이 바라 봅니다.
하늘Y 2012.05.28(월) 오후 07:05:47
경이로움이 작품전체에 가득합니다 감사히 보고 또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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