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말 5월 초가 되면 황매산은 철쭉 축제로 몸살을 앓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철쭉 만개 시기가 그믐 때와 맞물려 철쭉과 더불어 은하수와 별을 촬영하기 좋습니다.

그래서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인파가 몰립니다.

별 촬영하는 사진가뿐만 아니라 별 보는 취미를 가진 일반인도 한밤중에 황매산을 오릅니다.

황매산은 철쭉 군락지가 있는 정상까지 차량이 올라가기에 접근성이 좋아서 더 북적입니다.  

 서울서 황매산까지는 쉬지 않고 5시간을 달려야 합니다.

은하수를 촬영하려면 새벽 2시 이전에 삼각대를 설치해야 하기에 서둘러 내려갑니다.

현장엔 역시나 사람이 많습니다.

금요일 밤인 오늘은 날씨마저 맑다는 예보에 웬만한 사진 동호회에선 대부분 내려온 것 같습니다.

수도권에 살면서 밤하늘 별을 못 본 지가 수십 년입니다.

그나마 사진하는 행운으로 황매산과 같은 곳을 찾으면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옛날 어린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밤하늘은 맑지만, 산아래서 올라오는 광해가 있어 은하수가 예상보다 선명하지 않습니다.

사진 외는 서툴러 촬영에 필요한 별자리 앱이나 날씨 앱도 활용하지 않으니 믿는 것은 경험입니다.

하늘의 희미한 띠를 중심으로 프레임을 구성합니다.

한 프레임 속에 황매산 철쭉과 은하수가 들어올 것 같지 않아 파노라마로 촬영합니다.

그러는 중에 그믐달이 동쪽 하늘에 살짝 올라옵니다.

그믐달이 초저녁이 아니라 한밤중 새벽녁에 올라옴을 처음 확인합니다.

신기하여 한참을 바라보다가 뒤돌아 북극성을 중심으로 별 흐름도 촬영합니다.

사진가에 따라서 궤적을 촬영하는 분도 있지만 필자의 취향은 아닙니다.

그냥 2~3분 흐르면 됩니다.

그렇게 밤새워 노는 동안 여명이 밝아오며 해가 떠오릅니다.

임무 완수한 삼각대를 접은 다음 자리를 옮겨가며 일출 풍경을 촬영합니다.

 축제 기간 황매산 정상에는 아침부터 포장마차 식당이 영업합니다.

일행과 함께 간단한 요기를 하고 다음 촬영지인 핫들 작약공원으로 갑니다.

이곳도 만개에 가까운 개화입니다. 앞으로 한 주 정도는 찾아도 좋을 듯합니다.

핸드폰을 꺼내 유튜브 소개용으로 몇 컷 촬영합니다.

 작약을 뒤로 하고 밀양 위양지로 향합니다. 이곳은 가을 단풍 철에도 아름답지만

이맘때는 이팝나무와 노란 창포가 위양지의 운치를 돋보이게 합니다.

위양지는 사진을 처음하는 분들이 프레임 구성을 공부하기 좋은 곳입니다.

호수를 한 바퀴 돌다 보면 다양한 프레임의 형식이 보입니다.

무박 사진여행의 짧지 않은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차에 오릅니다.

오랜 세월 주말과 때로는 주중에까지 사진여행을 다니지만, 싫증 나지 않으니 이 또한 복입니다.

예전엔 작품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사진 놀이입니다.

삶 속 깊숙이 여행이 동질화되어 나그넷길이 인생길입니다.

“이 아니 즐거우랴.” 되새깁니다.

차창 밖 서산마루에 해가 떨어집니다.